2023 한국장애인재단 - 장애플러스 기술 해커톤(메이커톤) 본선 중도포기 후기
아래는 2023년 6월부터, 2023년 9월 초까지 경험했던,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열린, 장애 플러스 기술 공모전의 메이커톤 본선을 중도 포기한 경험에 대한 후기이다.
최종평가를 앞두고 공모전 본선 중도 포기 후기를 써본다. 살면서 처음 참여해본 공모전이였고, 많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써내려볼까 한다.
장애 + 기술 공모전에 지원해서, 개발하는데만 2달 이상을, 일 외의 시간에 최대한 개발에 몰두하고 몰입했던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성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역량 뿐만 아닌, 어떻게 상용화하고 추진할 수 있을까를 더욱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경우, 이미 사회에 팽배해있는 기존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과거 장애인식 개선강사의 경험을 살려 약 1여년 전부터 구상해오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예선에 지원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덜컥 9팀중 한팀으로 선정이 되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되고, 나를 제외한 8팀은 모두 단체로 참여했던 반면, 나는 혼자 참여하는 형태였지만, 머릿속에 어느정도 청사진을 그려오며 구상안이랄까, 꽤나 명확한 상태였기때문에 업무적인 볼일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공모전 진행에 나의 삶을 기울여 보고자 마음을 먹었었다.
중간 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보니, 장애학계 관계자분들과 실제 기관 종사자분들, 그리고 현업 개발자이신 분들을 포함하여 10여분 가까이 되는 심사위원분들께서는 모두 비슷한 관점에서 판단을 하고 계셨는데, 그 중심점이 바로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의 내용이였다.
나는 공모전을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참여해보았는데, 아는 바가 없다 보니, 그저 “메이커톤"이니, 기술적인 것을 고려해서 만들어보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으나, 큰 착오였던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결국 이후의 지속성을 고려하는 것이 심사위원분들께 가이드라인으로서 제시되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기획, 실현을 위한 마케팅을 비롯하여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를 들면 실제 장애 주체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뽑고, 작은 범위에서, 하나의 사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한다던지 하여, 개발하고자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견을 묻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실제로 소정의 기간을 사용해 보고, 그러한 결과를 최종 심사때 보여줬으면 한다는 피드백으로 전 심사위원님들의 의견이 통일, 귀결되었다.
중간 심사가 끝난 후, 최종 심사까지 1달 반여간의 시간을 앞두고, 혼자 힘으로 찾아가는 인터뷰를 비롯해서, 업주 분들과 소통하고, 실제 사례를 통한 미래 확장성과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도록, 이 모든 것들을 총망라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1주일 넘게 고민했다.
한 심사위원분께서는, 나의 중간 발표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따라 나오셔서, 좋은 아이디어인데 다른 관점에서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명함을 주셨었다. 수년간의 장사 경험이 있기에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계시다고 했고, 실제로 그랬다.
고민하는 1주일동안, 직접 연락을 드렸고, 막막하기만 했던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더 구체화된 방법과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귀한 시간을 내어서 유선상으로도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사실 혼자 업무 외 시간에 인터뷰 하러 다니고, 하는것까지는 충분히 각오한 바였다. 하지만 인터랙티브하게, 하나의 성공 사례라도 만들기 위한, 하나 이상의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회사와 생활, 그리고 공모전 준비를 병행한다는건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계속해서 실감하게 되었다.
사실 그냥 인터뷰는 하면, 속된 말로 저지르면 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준비는 잘 해 왔던 만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사업계획과 실질적인 추진, 그리고 발품 팔기 위한 여건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깊이 실감했다. 또한 앞서 언급하였듯, “메이커톤"이니 개발만 하면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던 무지함을 인지하게 되어, 나름의 경종을 울리게 되었다.
전화를 주시고 도움되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던 심사위원분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 “공모전을 지원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은 만들고 난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고 우수하더라도, 이게 정말 사회에 필요한 기술인가? 그리고 비용 등을 고려했을때, 실현 가능한것인가? 입상을 하고 일등을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 “이미 기존에 있는 것들과 같은게 너무 많아요.”
이로서 내가 준비했던 공모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했었던 부분은, 나에게는 마치 벤처기업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해야하는 느낌으로 다분히 다가왔지만, 이후의 사용성과, 실제 성공사례 확보를 통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마치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수준의 준비였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다.
“기술을 통해서 장애인식을 바꾸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높이고, 장애 주체분들의 사회활동 촉진에 기여한다.”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나름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것이 바로 방향성이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점주분들의 마음과 동의를 가장 먼저 얻어서, 선례로서 한개의 작은 성공사례라도 확보를 하고, (그들이 이득이 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될 것이니) 단, 이 때 애플리케이션의 역할보다도 사실상 성공사례를 확보하는게 먼저라서, 개발은 후순위였다고 보면 된다.
성공사례를 확보하고 나면, 발품을 더 판다던지, 성공사례를 늘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다수의 점주분들에 대해서)고객이 확보가 되면 이때 중개해주기위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결국 기술이라는게 어떤 곳에 어떻게 쓰이는가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인식, 사회 현상을 바꾸는데는 더 신중하고 섬세하게 생각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기술이 가지는 가치가 이루고자하는 바의 상당부분을 만족시켜준다면, 이때는 내가 했던것과 같은 고민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나는 기술을 통해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본선중 중도포기를 함으로서 지나온 시간은 보람되었던 반면 아쉬움도, 그리고 본선 진출의 기회를 갖지 못한 수십여 팀들에게도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도포기 소식을 담당자께 전하고,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심사위원분께서 밥을 사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뵈었다. 이후에 정부 지원사업 관계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도 공모전이 열리니, 이와 같은 기회를 잘 취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또한 나와 같은 뜻을 가지는 분들과는 연합 동아리에서 글을 올리면 함께하는 분들이 나타날수도 있고, 나또한 반대로 참여할수 있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또한 장애인 관련 정부지원사업 담당자시다보니, 장애기관이나 복지관 등 관계자분들과도 잦은 교류가 있으시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얻었던 통찰이라던지,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해주셨다. 이런 얘기를 나누는게 참 재밌다고 하셨는데, 나또한 너무 즐거웠고, 실현 가능한 것들에 대해 말로나마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단지 현 시점으로는, 아직 많이 바쁜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이면서, 배우고 익혀 나아가야할게 많은 수준이라는 자각이 있어서, 아이디어 수준에서라면 언젠가 좋은 기회를 마주했을때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보려고 한다. 덕분에 React-native를 통한 모바일 앱 개발 Deep-dive를 통해,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많이 버거웠지만 말이다.